- 2023년 4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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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03월 칼럼] 글로벌 산업기기 제조기업에서의 AGILE 적용 경험
PMI 한국챕터 교육위원회 이 광호 위원 (2023년 3월)
1. 시작하면서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 사회는 변화의 속도가 빠르다. 트렌드(Trend)는 돌고 돌아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고, 기업의 경영 환경 또한 빠른 변화 속에서 생존을 위해 변화의 속도에 적응하고자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프로젝트 관리 분야에서도 트렌드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어서, PMBOK 7th Edition을 통해 새롭게 변화된 프로젝트 관리 방법론에서는 기존의 프로세스 중심에서 가치 중심으로 바뀌었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애자일(AGILE)’이라는 키워드가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젝트 방법론인 ‘애자일’은 현재 소프트웨어 개발뿐만 아니라, 프로젝트 관리 분야를 포함한 경영 전반에서 트렌드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 방법론에 불과한 애자일에 기업들이 왜 이렇게 열광하는 것일까?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그 핵심은 ‘혁신의 필요성’을 절감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최근 10여년 사이 우리는 글로벌 기업들의 몰락과 신흥 스타트업들의 비약적 발전을 동시에 목격했다. 구글, 넷플릭스, 아마존 등이 기존에 통용되던 게임의 룰을 바꾸며 거대 기업들을 누르고 승승장구하는 모습은 이제는 익숙한 일이 됐다. 이 과정에서 신흥 혁신기업들이 표방하는 새로운 일하는 방식이 주된 관심사가 되었다. 기업들마다 세부적인 이행 방식은 다르지만 그들이 추구하고 실천하는 경영이 ‘애자일 방법론’이 가진 철학, 문화, 그로부터 비롯된 업무 방식과 일관성 있게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기 시작했기 때문이다.[1]
2. 애자일 적용 시도
필자는 글로벌 산업 기기 제조업체에서 프로젝트 관리자로 근무를 하며, 효과적인 프로젝트 관리를 운영 관리에 실제 적용할 방법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던 중 엔지니어링 협회에서 주관하는 교육을 통해 처음으로 애자일 방법론을 접하게 되었다. 그때 PMBOK 6TH Edition에 AGILE PRACTICE가 소개되어 인지는 하고 있었지만, 비로소 자세한 애자일의 가치와 방법론에 대해 접할 수 있었다. 애자일 프로젝트 관리에서 주로 사용되는 방법론을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2].
• SCRUM (스크럼) : 짧은 스프린트(Sprint) 단위로 개발을 진행하는 소프트웨어 개발 방법론으로 짧은 개발 주기를 적용해 고객의 피드백(Feedback)을 빠르게 수용하고 학습 및 보완을 통해 발전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스크럼에서 개발팀은 자기 조직적으로 관리되는데, 여기서 자기 조직적이라는 의미는 누군가의 지시를 받고 움직이는 형태의 전통적인 수직적, 관료적 조직 모습이 아닌 팀원 개개인이 자율성과 책임을 바탕으로 스스로 해야 할 일을 정하고 일을 하는 조직을 말한다.
• LEAN/KANBAN (린/칸반) : 도요타 임원들이 미국에 방문했을 때, 슈퍼마켓 진열대에 있는 상품이 팔리는 속도에 따라 제품을 다시 채워 놓는 것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 이를 자동차 생산 공장에 적용하면서 탄생한 방법론이다. 모든 작업을 시각화해 관리할 수 있기 때문에 일을 처리함에 있어 어떤 파트가 문제가 발생했는지 확인하고 해결하는데 용이 하다.
• XP (eXtreme Programming) : 다른 애자일 방법론과 마찬가지로 고객의 요구에 보다 빠르게 대응하고 개발 품질을 개선하기 위한 소프트웨어 개발 방법론이다. XP는 고객의 요구사항에 맞게 ‘더 빈번한 릴리스(Release)’와 ‘짧은 개발 주기’를 지원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XP에서는 페어 프로그래밍(Pair Programming)에 의한 지속적인 코드 리뷰를 추진함으로써 프로그램 역량을 끌어 올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페어 프로그래밍이란 프로그램 개발을 둘이 짝을 이뤄 같이 개발하는 것을 의미한다.
각 방법론은 고유의 특성을 가지고 있지만, 공통적인 가치 방법론 개념 등을 가지고 있다. 린과 XP는 팀에게 권한을 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스크럼 린 및 XP등은 책임이 따르는 마지막 순간과 피드백 순환고리를 중시한다. 린과 스크럼은 몰입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각 방법론의 가치에 대해 시각적으로 표시하면 다음과 같다.
그림 1. 린, 스크럼, XP 방법론에 대한 가치 공유 벤 다이어그램[3]
애자일은 단순 방법론만이 아닌, 고객, 팀 구성원과 협력을 통한 가치 공유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필자는 속해 있는 조직에서 21년부터 애자일을 적용하기 위해 교육을 통해 배웠던 BEING AGILE (리더십 및 팀 성과와 연관)과 DOING AGILE(AGILE 방법론)을 통해 작은 규모의 프로젝트에 적용을 해보고자 하였다.
BEING AGILE은 그림 2와 같이 팀 구성원이 AGILE MIND SET을 형성하도록 서번트 리더십(Servant Leadership) 의 전파가 필수적이었다. 이는 권한을 가지고 의사결정을 하는 전통적인 수직 구조에서 벗어나 상호 협력을 통한 교차 기능 팀(Cross-functional team) 구축을 통한 협력을 강조하였다. 팀 구성원들은 필자의 노력에 동참하여 스스로 본인의 업무가 아니더라도 자기 조직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를 갖게 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림 2. BEING AGILE을 위한 실행 계획
다른 한편으로 그림 3과 같이 실제 적용 가능한 방법을 위한 DOING AGILE으로 스크럼 방식을 적용해서 스프린트 주기와 백로그(Backlog) 관리를 통해 실행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제조 환경에서의 프로젝트는 제품의 제작 착수가 된 시점 이후에 스프린트를 통해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여 생산 중인 제품을 고객 요구 사항에 따라 변화를 수용하기란 쉽지 않았고, 결국 스크럼 방식은 자연스레 폐기되었다.
그림 3. DOING AGILE을 위한 실행 계획
3. 애자일 적용 회고
필자 스스로가 애자일 방법론에 대한 이해 부족과 프로젝트 환경, 즉 제조업의 특성을 고려하지 못한 부분이 일차적인 실패의 원인이 아닌가 싶다. 제조업에서의 운영관리는 생산-유통-물류 프로세스를 효율적으로 만드는 데 초점이 맞춰줘 있었으나, 최근 들어 서비스 제공 프로세스를 효율화하기 위한 운영 관리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이는 제품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의 환경 변화로서, 소비자의 요구 사항이 빠른 트렌드의 변화로 더욱 까다로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운영 관리의 목적은 주로 비용을 절감하는 것(Cost Efficiencies)일 수도 있고, 소비자가 특별한 이점을 느끼게 하는 것 (Competitive Advantages)일 수도 있고, 기업의 생산능력을 극대화하는 것(Capacity Problems)이나 품질을 높이는 것(Quality Managements), 심지어는 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소비자를 돌아서게 만드는 것(Demarketing)일 수도 있다. 그러나 소비자 중심의 시장 환경에도 불구하고, 수 년, 수십 년을 쌓아온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단번에 바꾸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다.
그렇다면 운영 관리 시스템 안에서 어떻게 애자일을 적용하기 위해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좋을까? 맥킨지 보고서는 전통적인 조직에서 애자일 조직으로의 패러다임 변화를 기계(Machines)에서 살아있는 유기체(Living Organism)로의 변신임을 강조하고, 전략 구조 절차 구성원 기술 등 5개 분야별 특징을 제시하고 있다. 전통적인 조직은 하향식 계층 구조로 관료주의 사일로(Silo)에 갇힌 사고 방식이지만, 빠른 변화와 유연한 자원 운영, 조직의 형태와 구조보다 실행에 집중, 팀에 보다 큰 책임과 권한 부여, 통제보다는 방향성 제시에 집중하는 리더십에 집중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렇게 전체적인 문화적 변화 없이 부분적인 업무 개선으로는 실패하기 쉽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림 4. 맥킨지 애자일 조직 프레임워크[4]
4. 마치며 – 애자일은 제조업과 무관한 이야기인가?
주위에 애자일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 듣는 이야기가 있다. “애자일은 IT 업종에서나 가능한 것 아닌가?’ 필자에게도 운영 관리 시스템 내에서 실패와 적용 방안을 생각해 가면서 종종 든 생각이다. 그런데 제조업에서도 애자일을 적용한 성공 사례들이 나오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사례는 세계 최대 규모의 토마토 가공 회사 ‘모닝스타’이다. 1970년 크리스 루퍼가 트럭 한 대로 토마토를 운반하는 자영업을 시작하면서 출발한 모닝스타는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두고 미국에서 연간 소비되는 토마토의 40%이상을 생산하는 자타공인 세계 최대 규모의 토마토 가공회사로 도약했다. 그들은 ‘자율 관리’ 라는 철학을 정립해 직원들에게 가능한 한 많은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고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이것이 애자일의 목적을 구현한 것이다.[5]
결국 실패와 성공 사례를 통해 배운 가장 핵심 가치는 AGILE MIND이다. 앞서 설명한 린/칸반 방법론은 제조업에서도 자주 사용하는 방식으로, 낭비 요소(재고, 과잉생산, 운반, 동작, 대기, 결함, 추가 프로세스)의 제거를 통해 프로세스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자 한다. 애자일에서 린은 마음가짐으로 낭비 요소 제거하기, 학습 확대하기, 가능하면 늦게 결정하기, 가능하면 빨리 배포하기, 팀에게 권한 부여하기, 완전성 구축하기, 전체를 보기 등을 통한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결국 애자일을 위한 조직 운영이 아닌, 조직 안에서 애자일을 적용 가능한 부분을 찾아서 지속적인 조정(Tailoring)을 통해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회고를 해 본다.
[출처]
[1], [2] 장재웅과 상효이재, 네이키드 애자일, 미래의 창, 2019
[3] 앤드류 스텔만 & 제니퍼 그린 저, 박현철 역, Head first Agile, 한빛미디어, 2019
[4] Wouter Aghina et. al, The five trademarks of agile organizations, https://www.mckinsey.com/capabilities/people-and-organizational-performance/our-insights/the-five-trademarks-of-agile-organizations#/, 2023.3.18 검색
[5] Todd Rose 저 정미나 역, 평균의 종말, 21세기북스,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