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 4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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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04월 칼럼] 개인 연구자를 위한 프로젝트 관리
1. 들어가는 말
아무리 작은 집을 지어도, 종이로 장난감 집을 만들어도 집에는 벽과 지붕이 있다. 무엇이든지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요소가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간단한 일이라 하더라도, 혼자서 하는 일이라도 제한된 자원(비용, 인원 등)으로 제한된 기간에 목적을 이루어야 하는 일이라면 프로젝트의 정의를 충족하므로, 이에 따라 프로젝트 관리 원칙과 기법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큰 연구소에 소속된 연구원은 프로젝트 관리에 대한 서비스를 받으면서 연구에만 집중할 수도 있다. 여기서는 프리랜서로서 혼자 또는 두 세 명이 협력하여 수행하는 용역 연구를 수행하면서 겪고 보았던 일을 회상하면서 이에 대한 교훈을 세우고자 한다.
2. 용역 연구의 특징
본인이 수행했던 용역 연구는 대체로 공공 기관의 연구 과제를 수행하는 것이었다. 각 기관마다 자체 규정 및 방침에 따른 과제 수행 절차가 있어서 그것을 적용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그러한 절차들의 공통점은 과제 의뢰 기관(발주 기관)의 관점에서 작성되었으며, 중간 및 최종 산출물의 명칭, 규격, 제출 시기 등을 정하여 이를 준수하도록 하거나, 중간 보고 시기를 통제하는 방식 등을 사용하고 있다. 용역 연구를 수행하는 연구자는 산출물 제출 시기 또는 정해진 일정에 맞추어 연구 활동을 계획하고 실행해야 한다.
그런데 연구 내용들을 되돌아보면, 미지의 영역에 대한 탐구, 객관적 또는 제삼자적 관점의 판단을 위한 연구, 과제 관리 기관의 역량으로 할 수도 있지만 인원 부족으로 인한 연구 위탁 등 세 가지로 구분해 볼 수 있다. 두 번째와 세 번째의 경우는 비교적 사업 목표와 연구 범위가 명확하다. 그런데 탐구를 위한 연구인 경우는 연구가 진행되면서 세부적인 요구사항이 추가, 확장되는 경우가 많고, 관심 부문이 달라지는 경우도 발생한다. 연구한 결과가 발주 기관의 예상 또는 의도와 달라지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합의되지 못하고 갈등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프로젝트 관리에서 목표의 변화, 추가 비용(무형적인 노력도 포함)을 발생시키는 활동 등을 억제하기 위한 노력이 중요하지만, 연구 과제를 수행하면서 제안요청서나 승인된 최초 연구계획서의 범위가 아니라는 이유로 연구를 거부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이러할 경우 발주 기관과 연구자 간 신뢰 관계가 돈독하지 않으면 적절한 선에서 조정되지 못하고 갈등으로 발전하거나 연구 결과가 저평가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복수의 연구자가 공동 연구할 경우, 특히 탐구를 위한 연구일 경우, 연구 초기엔 A 연구자가 담당하는 비율이 높았는데, 연구가 진행되면서 발주 기관의 관심의 중심이 이동하여 B 연구자가 담당할 부분의 비율이 높아지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러할 경우 인건비 재배분 문제가 발생하는데 대부분 상호 이해로 조정되기도 하지만 연구자 간 갈등으로 비화되는 경우도 있다. 대규모의 프로젝트에선 활동 별 투입 인원 조정으로 해결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지만, 소수의 연구자로 구성된 팀에선 연구자 별 전문 영역이 다르므로 연구 내용 재분배가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연구의 산출물은 대체로 문서로 작성되는 보고서이다. 인쇄된 보고서가 유형물이긴 하지만, 그 보고서에 담긴 지식과 정보는 무형적이다. 따라서 건축, 토목, 제품과 같이 가시적인 형상이 없으므로 연구자 입장에서도 연구 성과를 정확히 평가하기가 쉽지 않다. 발주 기관의 생각을 파악하여 정당한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연구 내용의 표현을 다듬는 노력이 중요했다.
단독으로 한 가지의 연구를 수행할 경우엔 경험에 의지해서 생각만으로 연구 활동을 계획하고 실행하더라도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는다. 프리랜서들이 한 번에 한 과제의 연구만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다수의 과제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할 경우는 각 과제 별 역할과 진도가 다르므로 생각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게 된다. 발주 기관 관점에서 작성된 프로세스에 맞춘다 하더라도, 연구자 입장에서 스스로를 관리할 수 있는 기법이 필요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나태해지거나 깜박 잊었다가 일정에 못 맞추는 실수를 범하기도 하였다. 그래서 개인적인 노트 또는 개인일정관리 프로그램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뭔가 체계적인 관리 방법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PMP 자격을 갖게 되면서, “명색이 PMP인데 프로젝트 관리를 똑바로 해야 하겠다.”는 의지가 생기면서 나름대로 노력을 기울이게 되었다.
3. 프로젝트 프로세스의 적용
[그림 1]은 PMBOK 6판까지 프로젝트 관리의 중심이 되었던 프로세스 그룹의 방식이다. PMBOK 7판이 원칙 중심으로 작성되면서 이에 대한 설명이 대폭 축소되어 걱정하는 말이 많았는데, 2023년 초에 「Process Groups: A Practice Guide(프로세스 그룹: 실행지침)」를 추가로 발간하여 프로젝트 그룹 방식의 활동을 설명하고 있다[1][2].
[그림 1] 프로젝트관리 프로세스 그룹의 흐름도
이 절차는 너무 일반적이어서 의식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고, 중요한 것은 프로젝트 관리자가 각 단계에서 「지식 영역(통합관리, 범위관리, 일정관리, 원가관리, 품질관리, 자원관리, 의사소통관리, 리스크관리, 조달관리, 이해자관리[3])」 별로 수행해야 할 세부적인 활동들을 식별하고 차질 없이 수행될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것이다.
그런데 단독으로 수행하는 연구 활동에서는 세부적인 활동 명칭보다는 「지식 영역」 별로 고려해야 할 요소들의 표(Check list)를 만들고 그것들을 준수했는지를 파악하는 방식의 노력이 유용하였다. PMBOK 7판에서는 「지식 영역」의 구분을 없앴고, 「프로세스 그룹 실행지침」에서도 그 구분은 하지 않지만 각 요소들은 그대로 프로세스 세부 활동으로 살아 있으므로, 이러한 영역별 고려사항은 계속 유용하다고 생각된다.
기획 단계에서 작성되는 작업분류체계(WBS)는 연구 보고서의 장절 편성으로 표현된다. 연구 진행에 따라 장절의 명칭이 추가, 삭제, 변경되거나 위치가 바뀌기도 한다. 연구의 진도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각 장절들의 완성도를 집계하는 것이 가장 적합하였다.
연구 보고서 전체의 개념은 연구자의 구상 속에 있고, 연구 활동이 용이한 순서부터 실행하다 보면 장절의 순서대로 작성되지 않을 수 있다. 조사를 완결하고 분석하는 것이 타당하지만, 예비 조사 또는 부분적인 조사로도 분석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경우엔 분석과 조사를 병행하면서 데이터를 보완하는 경우도 있다. 집은 3층 짓기를 마쳐야 4층을 올릴 수 있지만, 연구에선 세부 과정들을 병행하면서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이러한 기법은 연구 일정 관리에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PMBOK 7판에서는 프로젝트의 생애를 예측형(Predictive), 점증형(증분형, Incremental), 적응형(Adaptive)으로 구분하고, 기본이 되는 예측형 생애주기를 [그림 2]와 같이 제시하고 있다[4].
[그림 2] 제7판에 제시된 프로젝트 생애주기 단계
연구 활동을 돌아볼 때 이 표현 방식이 연구 활동의 프로세스를 설명하는 데 더 적합하다고 판단되었다. 통상의 용역 연구에서 이루어지는 활동(Event)들을 생애주기로 구성하여 프로젝트 생애주기와 대응시켜 보았더니 [그림 3]과 같이 되었다.
[그림 3] 프로젝트와 용역연구의 생애주기 단계 대응
공식적인 연구 활동은 계약 후 이루어지는 것이지만, 제안하는 과정에서 선행 연구가 이루어지는 것이 대부분이며, 이 과정에서 연구진들의 수행 가능성을 판단할 수 있다. 선행 연구의 수준은 곧 경쟁력이므로 “시작이 반”이라는 속담에 비추어 보면 “제안서 작성이 연구의 반”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것은 PMBOK 7판에서 타당성 단계를 “사업이 타당한 것인지, 의도된 성과를 산출할 역량이 있는지 판단하는 단계”로 정의한 것과 일치한다.
유형적인 제품만 설계 – 구축 – 시험하는 것이 아니라 무형적인 탐구도 연구 방법의 설계 – 연구를 통한 산출물의 구성 – 연구된 내용의 검증 단계를 거치므로 프로젝트 생애와 동등하다.
프로젝트 또는 사업 수행 과정에서 수행하거나 일어나는 일들의 명칭은 달라질 수 있으나 위 개념은 내용적으로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4. 가치 인도(Value Delivery)의 실행
PMBOK 7판은 프로젝트 표준으로서 「가치 인도 시스템」을 강조하고 있다. 가치란 이해관계자(구체적으로는 발주 기관, 의뢰자 등)를 위한 것이므로[5], 연구 사업에서 연구 산출물은 발주 기관이 원하는 가치이다.
연구를 발주하는 기관은 「요구사항」이란 방법으로 가치를 표시하고, 연구자는 「연구 산출물」로 가치를 구현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특히 탐구를 위한 연구일 경우 요구사항이 불명확하거나 너무 개괄적인 경우가 많으며, 잘못된 표현의 요구가 있는 경우도 있다. 요구사항이 불명확하므로 연구 제안을 안 할 수도 있지만, 연구 기관은 연구 목적과 대가에 부응하여 제안을 결정할 수 있다. 이때 연구책임자(프로젝트 관리자)는 요구의 구체화 및 구현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연구 경험을 돌아보면서 가치가 형성되고 인도되는 과정을 [그림 4]와 같이 그려 보았다.
[그림 4] 가치 형성 및 인도 과정
제안 요청서를 해석하여 성과(또는 최종 산출물)를 형상화하고, 요청된 요구를 구체화하여 제안하면, 가장 우수한 제안서가 채택되고 협의(협상)를 통해 연구 범위와 목표를 합의하게 된다. 이 단계는 공식적인 연구가 개시되기 전 이루어지는 일들이다. 연구 범위와 목표는 가치의 다른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연구가 시작되고 진행되면 발주 기관도 새로운 지식을 얻게 되고, 이에 따라 요구사항이 변경되거나 증가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것을 프로젝트의 부담이 커지는 「Scope Creep」 현상으로 설명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연구진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연구가 계속 진행된다. 이때 연구 범위를 조율하기 위한 협상이 매우 중요하다.
드디어 연구진은 수정된 목표를 달성하게 된다. 세미나 또는 최종 발표 시 연구진은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발표용 슬라이드를 멋있게 꾸미는 등의 노력을 하게 된다. 경험에 비추어 보면 연구 내용 자체와는 큰 상관이 없는 「Gold Plating」일 수도 있지만 「고객 만족」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정당한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연구책임자의 양심에 비추어 허세인지 서비스인지 구별해야 한다.
개인의 경험으로는, 집을 수리하기 위해 업체에게 일을 맡겼을 때 대금이 지불되면 모른 척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연구 용역의 경우는 용역이 계약 조건을 충족했다는 것과 연구진이 성실하게 성의를 다해 연구했다는 것은 같은 의미가 아니다. 그러므로 연구진들은 배포 및 종료 단계에서도 성의를 다하게 된다. 연구 용역은 제품이나 건설과 달리 애프터서비스 조건은 없다. 그러나 연구가 종료된 뒤에도 추가적인 문의에 성실하게 응해 줌으로써 애프터서비스에 해당하는 활동을 하며 연구 기관의 신뢰를 쌓고자 노력한다. 연구 기관들의 생태계에서 볼 때 용역 시장이 넓은 곳이 아니므로 성실과 신뢰에 어긋나는 행위는 치명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5. 1인 프로젝트의 관리 역량
PMBOK 6판에서 「PM 역량 삼각형(Talent Triangle)」으로 소개되던 내용이 PMBOK 7판에선 제외되었다가, 「프로세스 그룹 실행지침」에서 용어를 변경하여 [그림 5]와 같이 소개되었다[6].
[그림 5] PMI 역량 삼각형
연구자의 경험 자체가 역량이 되므로 연구 자체를 수행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더라도, 경험을 되돌아 볼 때 연구보고서를 작성하고 연구 발표를 하기 위해서 사무 자동화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능력은 업무 방법(Ways of Working)의 역량 중에서 매우 중요한 역량이었다. 원고를 전문 편집 기관에 의뢰하여 보기 좋은 보고서를 만들 수도 있지만 불필요한 비용을 증가시키는 어리석음이다. 혼자 연구하다 보면 활동 기록 유지, 일정 관리 등에 나태해질 우려가 높다. 스마트폰 수준에서 제공하는 개인일정 관리 프로그램이라도 이용해서 연구 수행 일지를 작성하고 자기 행동을 통제하는 노력을 태만히 하면 안된다.
능력 발휘 방법(Power Skills, Soft Skills로 불리던 용어의 변경으로 설명됨)은 대인관계 기법으로 설명되며 전통적인 하향식 리더십을 넘어서는 역량이다. 혼자 연구하니까 덜 중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연구에 도움을 주거나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해관계자들과의 협력을 위해 중요한 역량이다. 혼자 연구하다 보면 연구 내용에 대한 조언(Feedback)이 부족하여 취약성을 인지하지 못하다가 연구 종료에 임박하여 고생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대인관계를 이용하여 많은 접촉을 하고 의견을 듣는 것이 연구의 리스크를 줄이는 방법이 된다. 또한 소수의 인원이 협업하여 연구할 경우 갈등이 발생하면 대규모 집단에서의 갈등보다 연구에 더 치명적인 것을 경험하였는데 이 역량은 매우 유의하여 키워야 할 역량이다. 사소한 것이라도 투명하게 의사소통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업 감각(Business Acumen)은 영업적인 활동으로 보일 수도 있는데, 연구 성과를 확대하여 차후 더 좋은 연구 과제를 수주하기 위한 역량이 필요하다. 연구 결과를 공개할 수 없는 경우가 많으므로 성과를 자랑하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 수많은 세미나, 컨퍼런스, 전시회 등이 열린다. 시간을 만들어서 부지런히 다니며 많은 사람들을 접촉함으로써 나의 역량을 알리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 노력은 프리랜서에게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6. 나가며
직접 겪은 것, 주변에서 본 것, 성공과 실수 등을 종합해서 용역 연구라는 프로젝트를 프리랜서 수준에서 효율적으로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방법을 PMBOK의 지식에 근거하여 정리하고 교훈을 도출하여 보았다. 현대는 프리랜서의 활동이 두드러지는 시대로 보인다. 습득한 지식과 기술을 이용하여 연구 활동을 하는 분들께 도움이 되길 바란다.
[참고문]
[1] PMI(2017), 프로젝트관리 지식체계 지침서 제6판 한글판 554쪽
[2] PMI(2023), Process Groups: A Practice Guide 영문판 22쪽
[3] PMI(2017), 프로젝트관리 지식체계 지침서 제6판 한글판 553쪽
[4] PMI(2021), 프로젝트관리 지식체계 지침서 제7판 한글판 43쪽
[5] PMI(2021), 프로젝트관리 지식체계 지침서 제7판 한글판 7쪽
[6] PMI(2023), Process Groups: A Practice Guide 영문판 58~59쪽
필자 : 김 익현
• PMP, 경영학박사, 경영지도사
• 대한민국 육군 중령 전역 (2007년)
• 현) 리얼타임비쥬얼(주) 기술연구소 수석연구원 (2009~)
• 현) PMI 한국 챕터 교육위원회 위원 (2020년~)
• 관심분야 : 프로젝트관리, Simulation, 인공지능, 중소기업 컨설팅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