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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08월 칼럼] 수원 화성과 정약용, 그에게서 PM을 배우다.
[23년 08월 PM칼럼]
수원 화성과 정약용, 그에게서 PM을 배우다.
- 도구 중심으로
• 작성자: 최 요철
• PMI 한국챕터 교육위원
교육위원회
PMI SOUTH KOREA CHAPTER AUGUST.2023
1. 들어가는 말
우리는 PM의 역사를 이야기 할 때 자주 등장하는 이집트 피라미드 및 중국의 만리장성을 보면서 그 웅장함, 역사적 가치, 건축과정에 보이는 축조기술에 대해 놀라곤 한다. 더불어 우리의 역사에도 유네스코에 등재되어 한국의 세계유산으로 등록된 우수한 건축물(석굴암과 불국사, 화성, 경주역사유적지구, 남한산성 등)이 많이 있다.[1] 이들 중 PM의 역사를 다양한 관점에서 배울 수 있는 건축물이 바로 수원 화성이라 필자는 생각한다.
수원 화성(華城) 혹은 화성은 조선후기 22대 정조대왕 때 축조된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에 있는 성곽이다. 화성 축성과 함께 부속시설물로 화성행궁, 중포사, 내포사, 사직단 등 많은 시설물을 건립하였으나, 일제의 고의적인 훼손과 6.25 전쟁으로 심각하게 손상되었다.
[그림 1] 수원 화성
화성은 1963년 대한민국의 사적 제3호로 지정되었으며, 성곽의 중요 부분인 성벽, 4대문, 그리고 각종 방어용 시설이 모두 잘 보존되어 있는 점과 축조 당시의 특성이 잘 남아있어 높은 진정성을 유지하고 있는 점이 역사적으로 높게 평가되었으며, 원형의 상당 부분이 훼손 및 파손되어 현대에 복원된 것(화성복원정화사업: 1975~1979, 화성문화재수리사업 : 1988~2000, 화성행궁복원사업 : 1994~2002)임에도 불구하고 유네스코 등재 심사 시 남아있는 기록(화성성역의궤)을 바탕으로 축성 당대 건축물의 원형에 가깝게 복원되어 복원의 정확성을 고증할 수 있었기 때문에 1997년 12월 4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1][2][3]
제한된 환경(일정, 비용, 인원, 도구 등)에서도 놀라운 기적을 만들어낸 수원 화성의 축조야 말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다시 한 번 살펴봐야 하는 우리의 역사, PM의 역사인 것이다. 특히 화성의 축조기간을 10년으로 예상했었으나, 2년 9개월(1794.1월~1796.10월)로 획기적으로 앞당길 수 있었던 것은 정조의 리더십, 채제공(총괄) 및 조심태(PM)의 축조 관리 능력도 중요한 성공 요소이나, 4년여에 걸친 정약용의 뛰어난 설계(성화주략)와 노력, 그리고 새롭게 개발된 도구들이 큰 역할을 하였다.[4] 특히 화성 축조의 모든 과정이 화성성역의궤(華城城役儀軌)에 기록되어 보존되었으며, 또한 화성 축조에 사용된 도구들(tools)의 탄생 및 기존 도구들의 개량은 제한된 환경을 극복하게 한 위대한 지원군이었음에 틀림없다. 오늘날 수원 화성 축조 역사를 3P(People, Process, Product)관점에서 살펴보고, 화성 축조의 역사적 교훈과 정약용의 놀라운 업적(도구 중심)을 통해 PM의 지혜를 배우고자 한다.
2. 정조의 남자, 정약용
정약용(丁若鏞, 1762년 ~ 1836년)은 조선 후기의 문신이자 실학자·저술가·시인·철학자이다. 1789년(정조 13년), 27세 되던 해에 대과에 급제하여 관직에 진출하였다. 규장각에서 정조의 총애를 받아 공부하면서 한강에 배와 뗏목을 잇대어 매고 그 위에 널빤지를 깔아 배다리를 만들기도 하였다. 1791년 신해박해 때 공서파의 모함으로 인해 서산 해미에 유배되었으나 11일 만에 풀려났다. 이후 사간원과 홍문관의 요직을 역임하였다. 1791년에는 수원 화성 설계에 참여하여 거중기를 활용하였다. 1799년 형조참의가 되었는데 곧 탄핵을 받아 자명소(自明疏)를 올리고 사퇴하였다. 정약용의 3대 저서로 목민심서, 흠흠신서, 경세유표가 후대에 전해지고 있다. 2012년, 다산 탄생 250주년을 맞아 ‘2012년 유네스코 세계기념인물’로 선정되었다.[5]
3. 정약용, 수원 화성을 설계하다.
화성(華城)은 정조(正祖)가 자신의 부친인 장헌세자(또는 사도세자)의 능을 옮기기 위해 능(융릉)이 될 곳에 있었던 읍치소(邑治所, 당시의 관청)를 비롯한 주민들을 이주시켜 방어 기능을 갖춰 건설한 계획도시로 현재의 수원이다. 성곽 전체 길이는 5.74Km이며, 높이 4~6m의 성벽이 130㏊의 면적을 에워싸고 있다. 화성은 실학파의 거두 정약용에 의해 조선과 중국의 건축술은 물론 서양 과학기술까지 참고해 1789년부터 4년에 걸쳐 설계되었다. 이후 건축물은 영의정이자 형조판서였던 채제공(蔡濟恭, 1720~1799)의 감독 하에 1794년~1796년 사이에 완공되었다. 화성성역의궤를 통해 정약용의 설계 기록을 자세히 확인할 수 있으며, 설계 기록과 함께 묘사된 거중기, 녹로를 비롯한 다른 특수한 건축 장비들(도구)은 화성 건축을 위해 맞춤 디자인되고 제작되었다.[1][2]
화성은 다른 성곽과 비교할 때 설계 측면의 우수성이 있다. 1) 처음부터 계획되어 신축된 성곽이라는 점, 2) 거주지로서의 읍성과 방어용 산성을 합하여 하나의 성곽도시로 만들었다는 점, 3) 전통적인 축성 기법에 동양과 서양의 새로운 과학적 지식과 기술(도구)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였다는 점, 4) 그 이전의 우리나라 성곽에 흔치 않았던 다양한 방어용 시설이 많이 첨가되었다는 점, 5)주변 지형에 따라 자연스러운 형태로 조성해 독특한 아름다움을 보여 준다는 점 등의 특징이 있다. 1801년에 간행된 화성 준공보고서인 화성성역의궤를 통해 전체적인 축조 내역을 알 수 있다.[1]
4. 프로젝트관리 프로세스, 도구(tool)의 중요성
먼저 화성 축조에 사용되었던 과정(프로세스)과 축조에 사용된 여러 가지 도구(발명품)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프로젝트관리와 관련된 프로세스 및 도구에 대한 용어정의를 조사하였다.
여러 문헌에 따르면, 시스템을 개발하거나 제품을 개발하는데 있어 프로세스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시스템과 소프트웨어분야의 시스템 생명주기 프로세스를 정의한 ISO/IEC 15288(2015)에 따르면, 프로세스(process)란 입력을 출력으로 변환시키는 관련성이 있거나 상호작용하는 활동의 집합으로 정의하고 있으나, 프로세스 지원을 위한 구체적인 도구(tool)에 대해 언급하고 있지 않다.[6]
또한 ISO 9000(2015)에는 프로세스를 의도된 결과를 만들어 내기 위해 입력을 사용하여 상호 관련되거나 상호작용하는 활동의 집합으로 정의하고 있으나, 도구에 대한 언급이 없다. 다만, 품질관리 표준인 ISO 10014(2006)에는 도구를 조직의 지속가능한 성공을 지원하는 요소로 설명하고 있다.[7]
그리고 PMBOK GUIDE(6판)까지 프로젝트 관리의 중심이 되었던 49개의 프로세스(10개의 지식영역)를 기술하고 있으나 도구에 대한 용어정의는 없고, 의도한 산출물을 달성하기 위한 요소로 설명하고 있다. 49개의 프로세스는 [그림 2]와 같은 구조로 기술되었으며, 각 프로세스는 투입물을 산출물로 변환하는데 사용되는 적절한 도구를 포함하고 있다.[8]
[그림 2] 프로젝트관리 프로세스의 구성요소
그리고 PMBOK GUIDE(7판)에서는 6판과는 다르게 도구에 대해 구체적으로 기술하지 않고, 2장에 포괄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7판에는 프로젝트 팀이 프로젝트에 가장 적합한 도구를 선정하도록 가이드하고 있으며, 프로젝트에 따라 조정(tailoring)을 해야 하는 대상에 도구를 포함하고 있다. 또한 도구, 방법론, 접근법, 양식, 프레임워크, 패던, 그리고 PMO 자원을 포함하는 프로세스 자산(process assets)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9]
요약하자면, 프로젝트의 성공과 프로세스의 올바른 추진을 위해 도구는 반드시 적합하게 선정되고 사용되어져야 하며, 도구는 조직의 자산으로 관리되어야하는 중요한 대상인 것이다.
5. 정약용의 비밀병기(도구) 및 화성 축조 기록물
여러 문헌에 따르면, 도구(tool)는 시스템 개발이나 제품을 제작하는데 있어 반드시 필요한 요소로, 적합하고 완성도 높은 도구는 개발 및 제작의 성공(일정단축, 비용절감, 위험요소 제거 등)을 높이는데 기여할 수 있다. 화성 축조에는 이전에 사용되던 장비들을 축조 목적에 맞게 설계(유형거)하여 사용하였으며, 특히 정약용은 거중기와 유형거를 창안하였다. [그림 3]과 같은 도구들은 화성 축조에 우수한 지원군이 되었으며, 후대에 우수한 프로젝트 자산으로 평가되고 있다.[10]
[ 거중기 ]
[ 녹로 ]
[ 유형거 ]
[그림 3] 정약용이 설계한 화성 축조용 발명품
■ 거중기
거중기는 정약용이 도르래의 원리를 이용하여 작은 힘으로 무거운 물건을 들어 올릴 수 있도록 고안한 장치이다. 거중기는 현재 도량형으로 7톤을 들어 올릴 수 있는 기능이 있었으며 주로 채석장에서 무거운 돌을 실어 올리는 역할을 했다. 화성성역의궤에는 거중기 전체도 및 부분도가 상세히 그려져 있으며 축성 시 1대가 사용되었다고 전해진다. 거중기는 무거운 물건을 들어 올려 쌓는데 도움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인건비를 절감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한다.[10]
■ 녹로
녹로는 거중기와 유사하나, 도르래를 이용하여 무거운 돌을 약 10m 들어 수 있도록 정약용이 새롭게 고안한 장치이다. 각목으로 네모난 틀을 만들고 틀의 앞쪽으로 긴 지주 구실을 하는 간목 둘을 비스듬히 세운 다음, 간목 꼭대기에는 도르래를 달고 나무틀의 뒤쪽에는 얼래(줄을 감는데 쓰이는 기구)를 설치하여 동아줄을 얼래와 도르래에 연결하고 줄의 반대쪽에 있는 물건을 달아맨 뒤, 얼래를 돌려 줄을 감으면서 물건을 들어 올리도록 한 것이다. 1796년 수원화성을 쌓을 때에는 두 틀을 만들었다고 하나, 실물이 남아 있지는 않는다고 한다.[11]
■ 유형거
유형거는 자재운반 기구로, 기존의 큰 수레는 제작비용이 많이 드는데다가 바퀴가 너무 높아 짐을 실기가 어렵고, 바퀴살이 약해 넘어지기 일쑤였으며, 작은 수레들은 바퀴가 너무 작아 웅덩이니 지면이 돌출된 부분을 지나는데 곤란을 겪어야 했으므로 운송속도를 크게 향상시킨 새로운 형식의 수레를 설계하였다. 돌을 운반할 때, 일반 수레 100대가 300일 이상 걸렸다면, 유형거는 70대로 164일 가량 운반했다는 기록도 존재한다.[11]
■ 화성성역의궤
수원 화성 축조와 관련하여 정약용의 설계한 새로운 발명품(도구)외에 축조과정의 모든 기록 또한 매우 우수한 기록유산이다. 1796년 축성 후 1801년에 정조의 지시에 의해 발간된 「화성성역의궤」에는 축성계획, 제도, 법식뿐 아니라 동원된 인력의 인적사항, 재료의 출처 및 용도, 예산 및 임금계산, 시공기계, 재료가공법, 공사일지 등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어 성곽축성 등 건축사에 큰 발자취를 남기고 있을 뿐만 아니라, 기록으로서의 역사적 가치가 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위 [그림 4]를 보면 거중기에 대한 기록도 살펴볼 수 있다.
[그림 4] 화성성역의궤
6. 맺음말
성공적인 프로젝트 수행(시스템 개발 또는 제품 제작 등)을 위해 3P(People, Process, Product)관점이 중요하며, 이중 프로세스에서의 도구 역할은 매우 중요하고 볼 수 있다. 본 칼럼을 통해 수원 화성의 역사적 의의를 3P관점에서 다시금 되짚어보는 계기가 되었으며, 화성 축조에 사용하기 위해 정약용에 의해 탄생한 역사적 발명품(도구)은 포괄적인 설계관점에서 중요한 하나의 요소이며, 이는 축성 완성시기(사업기간)를 앞당기고, 튼튼한 축성, 비용 절감, 위험한 작업을 편리하고 안전하게 실시하는데 큰 역할을 했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올바른 도구의 선정과 관리는 PMBOK GUIDE(7판)에서 강조한 프로세스 자산(process assets)을 위해 중요한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적합한 훈련과 경험을 가진 사람에 의해 올바른 프로세스의 정립이 선행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도구와 기법이 적합하게 마련된다면 고객의 요구사항을 만족하는 결과물(출력물)을 만들 수 있다는 프로세스적(시스템적) 사고가 오늘날에 더욱 중요함을 강조하고자 한다.
[참고 자료]
[1] 유네스코와 유산, https://www.heritage.go.kr/heri/html/HtmlPage.do?pg=/unesco/korHeritageInfo.jsp&pageNo=5_2_2_0
[2] 수원문화재단, https://www.swcf.or.kr/?p=58
[3] 역사문화환경 보전사업에 대한 프로젝트관리(PM) 적용평가 연구: 수원 화성(華城)을 대상으로, 국토연구 제75권(2012. 12): pp87~103
[4] 정조, 조선 개혁을 향한 프로젝트 리더쉽, http://alog.auric.or.kr/TYKIM21/Post/BBA7A8D8-DED7-4CD6-97C3-7700AA4BEEF9.aspx
[5] 정약용; https://ko.wikipedia.org/wiki/%EC%A0%95%EC%95%BD%EC%9A%A9
[6] ISO/IEC 15288(2015), Systems and software engineering – System life cycle processes p.15
[7] ISO/IEC 9000(2015), Quality management systems — Fundamentals and vocabulary
[8] PMI(2017), 프로젝트관리 지식체계 지침서 제6판, p.22
[9] PMI(2021), 프로젝트관리 지식체계 지침서 제7판, p.17
[10] 대한건축학회, 18세기 수원성 축성에 사용된 자재 운반기구에 대해서, 대한건축학회논문집 10권 11호 통권73호 1994.11
[11] https://m.blog.naver.com/sport_112/221333871205
필자 : 최 요철
• PMP, 시스템공학박사, CSSEM
• 전) SEKOREA 대표 (2007년, 2017년)
• 현) 현대로템 책임매니저 (2018~)
• 현) PMI 한국 챕터 교육위원회 위원 (2023년~)
• 현) 한국시스템엔지니어링학회 편집이사/부편집장(2012년~)
• 관심분야 : 프로젝트관리(PM), 시스템엔지니어링(SE), 인공지능(AI), 시스템/품질 보증, RAMS, 시스템 위험성 평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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